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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무등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소감 등산을 자주했다. 아예, 산에 가서 살라는 말을 들었다. 무등산을 오르내린 횟수도 헤아리지 못할 만큼 많다. 증심사 앞에 차를 세워두고 새인봉을 향해 등산을 시작했다. 중머리재 장불재를 거쳐서 입석대 서석대를 올랐다. 규봉사에 들렀고 꼬막재를 넘었다. 원효사를 지나 바람재에서 내리막길을 타다보면 차가 있는 증심사 앞이다. 예닐곱 시간 쯤 걸리는 이 코스를 즐겨 다녔다. 장불재에서 북쪽을 향해 섰을 때 보았던 단풍은 잊히지 않는다. 상고대로 뒤덮인 입석대 서석대는 다른 산에서 볼 수 없는 품격을 지녔다. 서석대에서 내려다본 광주 저잣거리는 소식 끊긴 누군가가 있기에 바라볼수록 눈물겹다. 규봉사 일주문 오른편으로는 위아래로 길쭉하게 찢어진 암벽이 있다. 갈라진 틈새 꼭대기에는 송아지만한 동그란 바위가 하나 .. 더보기
김부식은 왜 '오국시대'를 '삼국시대'라 속였나 '삼국시대'니 '삼국통일'이니 하는 용어가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지만, 이런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무심코 사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학생들이 배우는 국사 교과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고대 왕국들의 성립 및 멸망 시점을 따져보면, '삼국'이란 용어가 얼마나 허술한 것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그것은 김부식이 제시한 고구려·백제·신라의 건국 연도가 맞든 안 맞든 간에 마찬가지다. 먼저, 김부식이 에서 제시한 고구려·백제·신라의 건국 연도가 진실하다는 가정 하에 '삼국'이란 용어의 적절성 여부를 검토해보자. ▲ 김부식의 주장이 진실이라 해도, '삼국시대'는 98년간에 지나지 않는다. 부여·고구려·백제·신라·가야가 공존했던 기간 452년 그래프 1>은 '신라는 기원전 57년, .. 더보기
피사체(2005 국립순천대학교 학술문학상 수상작) ⓒhttp://www.ofof.net(사진방) 장터목산장의 2층은 잠자는 등산객들로 빈틈이 없다. 나도 잠을 자야하는데 오히려 의식은 더 멀쩡해 진다. 침낭이 답답하거나 좌우에서 풍겨오는 발 냄새 때문이 아니다. 그녀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잠을 방해한다. 장터목 산장 내부 ⓒhttp://www.ofof.net(사진방) 시계를 보니 두 시 반이다. 오늘이 추석인데 달이 밝겠지. 밖이 궁금해진다. 침낭 속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울 수는 없다. 나는 침낭을 빠져나간 후 잠자는 등산객들 사이를 비집고 1층으로 내려간다. 코고는 소리를 뒤로하며 출입문을 민다. 밖은 아무도 없고 고요한데 눈앞에 펼쳐진 현상은 현실 같지 않다. 대지가 온통 하얗다. 하늘 아래가 모두 표백 되었다. 구름이 전부 땅으로 내려앉았는지 하늘.. 더보기